나의 이야기

인사

choibo 2024. 6. 13. 21:55

우리 교회는 목사님과 그룹으로 성경 공부를 한다. 중간에 인사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그런데 갑자기 아내가 폭탄 발언을 한다. 목사님이 자신의 인사를 받아주지 않아서 힘들었다. 고백한다. 그리고 남편도 힘들었다. 나까지 끌고 들어간다. 나는 적지 않게 당황했다. 목사님은 얼마나 당황했을까? 그러나 그것은 사실이었다. 본인은 여러 가지 일을 생각하느라 인사하지 못할 때가 있다고 해명한다.

 

인사는 경험하면 할수록 중요하다고 느낀다. 인사는 나는 너를 인정해! 존중하고 있어! 말해주는 가장 기본적인 행동 언어다. 그래서 인사를 했는데 받아주지 않거나, 보았는데 모르는체하면 무시 받았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상대편은 전혀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이로 인해 무시 받은 것보다 몇 배의 불쾌한 감정을 갖게 된다. 더 나아가 관계성도 파괴되기 쉽다.

 

학교에 근무하면서 이런 생각을 자문자답해 본 적이 있다. 학생이 선생님의 고개를 숙이게 하는 방법이 무엇일까? 그것은 먼저 인사하는 것이다. 그러면 많은 선생님이 같이 인사를 해준다. 이것이 인사의 힘인 것 같다.

 

인사에 관한 한가지 경험이 생각난다. 과거 대학생 시절 작은 규모의 태권도 시합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시합에 나갔는데 졌다. 시무룩하게 한쪽에 앉아있었다. 그런데 그 당시 연습하러 다니던 체육관 관장님이 나에게 찾아와 이런 말을 했다. 내가 너를 그 시합에서 이기게 해줄 수 있었어! (아마 그 시합을 총괄하는 심판장이었던 것 같았다). 그런데 너 나에게 아까 인사를 안했지? 기분이 나빠서 그냥 내버려 두었어! 내가 관장님에게 인사를 하지 않아서 그냥 내버려 두었다고 한다. 나는 관장님을 본 기억이 없는데? 변명했지만 이미 늦었다. 그만큼 인사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얼마나 큰 영향력을 미치는가 새삼 느끼게 된다.

 

인사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책(이기는 습관) 때문이다. 인사에 대해서 설명을 했는데 매우 동감이 되었다. 인사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주일날 교회에 갔을 때 다른 때 같으면 그냥 자리에 앉았을 텐데 일부러 사람들에 접근해서 인사를 했다. 그렇게 인사를 하면서 느낀 것이 있다. ~ 내가 사람들에게 너무 무관심했구나! 일부러, 억지로라도 인사를 하려고 하니 그 사람에 대해서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된다.

 

인사는 그냥 형식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한 존재에 대한 인정이자 존중의 표현이다. 내가 너를 알고 있고, 내가 너를 한 사람으로 존중한다는 신호이다. 우리는 인사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신경을 써야 한다. 인사를 통해 인간관계가 시작되고, 인사로 깊어지며 인사로 마무리되기 때문이다. 다음은 김춘수 시인의 이다. 이것을 인사로 패러디했다. 이렇게 하는 것은 인사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았으면 하는 마음 때문이다.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인사

내가 그에게 인사를 하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에게 인사를 하였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에게 인사한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에게 인사를 해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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